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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mpse of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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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양이는 일본에서는 친숙한 동물이다. 많은 상품으로 이미 친근감을 주고 있으며 야마도라는 택배회사가 캐릭터 상품으로 등장시키면서 검은 고양이가 주는 모든 나쁜 이미지를 불식하게 되었다. 일본 거리,사찰, 신사 어디에서든지 만나는 고양이에 놀라거나 기겁하거나 도망가는 사람은 없다. 개처럼 짖지 않고 얌전하다고 하여 애완용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많다. 그러나 사실 고양이 키우는 집은 특유한 고양이 냄새가 있다. 고양이는 목욕을 가축병원에 가서 시키지 않으면 어려운 동물이다. 그러한즉슨 일 년 내내 목욕하지 않은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도 개처럼 밥 주는 사람을 기억하고 따르며 주인을 알아본다. 아무리 차갑고 냉정하게 보여도 개와 마찬가지로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고양이는 살갑지는 않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
만화 주인공 일본의 일간지에 만화를 싣고 있는 만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들의 작품은 해학적이며 우스운 것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추상화나 유화보다는 느낌이 가볍다. 일본은 특성상 전시회라는 것은 개인전인가 초대전인가에 따라 상당히 품격이 달라진다. 소위 말해 동네 조그만 전시관을 빌려 전시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작품은 졸렬하기 그지없는 눈 버리는 전시회가 많다. 그러므로 전시 장소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관하는 갤러리를 보면 대충 작가의 수준을 알 수가 있다. 한국도 현대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 작가와 인사동 뒷골목에서 전시회를 하는 작가는 경제적인 수준만이 아니다. 이미 객관적으로 어떤 형태든지 공인된 작품과 대관 장소는 불가분의 관계가 깊다. 권위 있는 갤러리는 무명의 작가에게 대관하지 않는다. 그러므..
아름답다는 말 안목이 깊어진다는 말은 경험과 지식을 연마하여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井底之蛙-우물안의 개구리는 우물 밖 하늘이 광대무변한지 전혀 모르고 우물의 모양 만큼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보고 느낀 그 테두리 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은 많은 함축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견문이 짧아 어떠한 정보, 지식, 눈높이의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은 결과치므로 사물과 사람을 볼 때 가치척도가 상당히 미약한데도 당위조차 이유를 댈 수 없는 개구리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한즉슨 우물 안 개구리가 보는 모든 일체는 편협하며 모순적이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험과 대화를 통한 지식, 사회적인 수준, 직업, 생활 수준까지도 일면식으로 알게 될..
Erich Fromm -에리히 포롬의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포롬의 1976년 To Have or to Be?는 having and being과는 다르지만 센셔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어떻게 그는 존재와 소유를 반토막으로 분리하면서 사랑의 법칙을 그토록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었을까. 사회는 점점 물질화되고 끝없는 자유와 물질적 풍요로움을 즐기는 인간은 자연을 지배함으로써 수많은 인위적인 편리함도 도모되었으며 희망의 최고를 치닫는 무제한 생산과 무제한 소비가 높아지고 있는 작금에 신을 갈망하면서도 인간은 원초적인 쾌락과 욕망의 성취를 이루고자 불만과 지루함의 시소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살고 있다. 이러한 과정 중에 에리히포롬은 인간이 가장 이성적이고 인간답게 살기를 권유하는 소유와 존재를 분리했다. 에리히포롬은 독일인이지만, 유대인의 탈무드에 심취하여 랍비..
죽음의 고찰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의 책은 정보이기도 하지만 심한 딜레마로 다가오기도 한다. 출판사 사장님들이 일본에 오면서 자사의 신간을 선물로 가져오기도 하고 우편으로 보내기도 하지만 책꽂이에 꽂기도 민망한 쓰레기 덤불이 많다. 수많은 책, 오히려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 보다 더한 고독함을 느낀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한 번 더 눈여겨 읽지만, 역시 우울하다. 요즘은 영어나 일본어 책을 본격적으로 읽으므로 번역본은 잘 읽지 않는데다 가끔 원서와 비교하여 읽으면 한심 그 자체의 번역인지, 의역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엉터리 책들에 눈만 버린다. 3년간은 하이쿠에 미쳐서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사서 읽었고 선생을 찾아가서 사사도 받았다. 그리고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책은 나쁜 블로거들에게 도매금으로 비난과 ..
보는 눈 바나나는 길다.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다. 높은 것은 하늘. 하늘은 푸르다. 푸른 것은 바다. 초등학교의 끝말잇기 시간에 했던 말들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느린 자동차, 비행기도 많다. 역마차, 엔틱 자동차, 세스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여유가 없으면 조바심 나는 느려터진 것들, 하지만 잘 돌아가는 세상에 느린 것도 많다. 빠른 것만 보이면 늘 분주하다. 느린 것은 오히려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수가 있다. 빨리 만난 사람 빨리 헤어지고, 빨리한 계산에는 오답이 있고, 빨리 만든 음식 맛이 없으며, 빨리 말하는 사람 무슨 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느리기에 기다리고, 느리기에 생각하고, 느리기에 세상을, 사람을, 일을, 명암을 본다. 느려서 좋은 것은 인내심, 느..
江の島-에노시마의 저녁놀 에노시마는 가마쿠라에서 바라보면 너무나 작은 섬 바다, 후지 산, 별장, 묘지 시간과 바꾼 형상들이 여기저기 흔적을 펼쳐진다. 온갖 희노애락애요욕, 애증의 고갈을 삼켜버린 바다 저편의 에노시마가 석양에 비친다. 고통, 고민, 번뇌, 의욕, 희망이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구체적, 이상적 , 현상적 고민을 풀어 젖히고 꼭꼭 앙금으로 깔리면, 벌써 죽음의 문턱. 시간에서 보면 자고 나면 반나절, 죽음 앞엔 하루. 일, 사람, 사랑하는 모든 낱낱을 죽음 앞에 기억될 것인가. 그리하여 산 자와 죽은 자의 해후는 파도가 밀려올 때 처절한 향연으로 시작된다. 철썩대는 파도 소리가 못다 한 恨의 굉음과 아우성으로 들린다.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살았던 흔적도 모습도 시간에서 보면 無 수긍도 진실도 이해..
孤独の片鱗- 고독의 편린 http://www.youtube.com/watch?v=5mnhtG0h_Ho 다이칸야마의 저녁은 참으로 이국적이다. 마치 파리의 샹젤리제를 걷는 착각에 빠지는 것은 이국적인 풍경들과 네온이 켜지는 카페들의 불빛이 반짝일 때다. 집 하나, 옷가게 하나도 예술이 스며들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조각에도 계단의 마스코트에도 의미를 넣자면 예술로 보인다는 말이다. 이집트 대사관, 덴마크 대사관,말레이시아 대사관 하물며 성당까지도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는 초저녁 다이칸야마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생각을 쉰다. 사는 동안 더 크고 더 높이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에 부응한 최고의 삶들이 갖는 향유에는 예술과 철학으로 변환되다. 가난한 철학자와 부자 철학자. 극에 못 미치는 예술과 극을 넘는 예술은 언제나 동일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