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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루투갈 기마랑이스 몰타에서 포르투까지는 직항으로 약 두 시간.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다. 이번 여행에서는 포르투와 브라가,그리고 포르투갈의 역사적 뿌리인 기마랑이스를 둘러볼 예정이다. 숙소는 기마랑이스에 정했다. 세 도시가 그리 멀지 않아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면 충분히 오갈 수 있다.포르투갈은 인구가 약 1천만 명이고, 국토 면적은 한국의 약 92%에 해당한다. 한국과 비슷한 크기의 땅에 사람이 훨씬 적다.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온 사람에게 이곳의 한산함은 첫 번째 문화적 충격이다.기마랑이스는 특히 그렇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포르투갈이 시작된 곳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도시다. 성과 중세의 구시가지, 오래된 광장과 가톨릭 교회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성 주변을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 겹쳐 ..
국적과 정체성, 그리고 신뢰에 대하여 제도가 어떤 선택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해서, 그 선택이 지니는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오늘날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살고, 다른 국적을 취득하며, 국경을 넘어 생활하거나 사업을 할 수 있다.그러한 선택에는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나는 다른 사람의 선택 자체를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나는 “선택할 수 있는가”와 “그 선택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나에게 국적은 단순한 법적 지위가 아니다.부모와 조상, 언어와 문화, 그리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쌓아온 역사와 기억과 연결된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동시에, 국적을 변경하는 것과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어디까지 알릴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사람의 뒤편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배신과 거짓말, 그리고 실망을 경험할까.가만히 생각해 보면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배신당한 기억 하나,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한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을 믿는 것이고, 우리는 대부분 상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내가 요즘 하는 일은 법원의 범죄 수사 기록을 열람하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로 보내는 일이다. 유럽연합 여러 국가의 법원을 방문해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이 일을 앞으로 1년 더 할지, 5년 더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사람을 보는 눈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는 것.몰타 법원 자료를 살펴보다 보면 가끔 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평소 알고 지내던 ..
오리가미를 배우자. 오늘 나는 오리가미 수업을 위해 임페리얼 슬리에마로 향했다.그곳에는 럭셔리 홈 케어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각자의 방을 사용하고 있다.그중에는 나와 같은 로터리안으로서 과거 회장을 역임했던 90세의 톰도 있고, 혼자 생활하는 몰티즈 여성도 있다. 남편이 2년 전에 세상을 떠나 혼자 지내는 영국인 여성도 있고, 역시 남편을 2년 전에 잃고 지금은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이탈리아인도 있다.그곳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나의 오리가미 수업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린다.오늘 수업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오리가미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최근 나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나에게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고,..
몰타 주택 특징 딩글리의 돌집에서 산다는 것몰타의 돌집은 처음 보면 참 낭만적이다. 특히 딩글리 클리프에 가까이 자리한 집이라면 오래된 석회암 벽과 푸른 하늘, 멀리 펼쳐진 바다가 어우러져 한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대개 2~3층으로 된 집에는 작은 수영장이 있고, 1층은 다이닝룸, 위층에는 침실, 욕실, 서재가 자리한다. 여행자의 눈에는 더없이 근사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실제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수영장은 여름에는 매력적이지만 수질, 청소, 필터 관리가 필요하다. 내 집이 아니라면 누가 얼마나 자주 관리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딩글리처럼 외곽에 있는 집은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도 쉽지 않다. 잠깐 머무는 여행이라면 괜찮지만, 매일의 장보기와 외출까지 생각하면 거리의 의미가 달라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작은 교회 터키인 부부가 운영하는 하맘 사우나에 가는 길, 호텔이 근처다.그녀와 친구와 함께 잠시 들른 곳이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아흐락(Aħrax)의 언덕 위에 작은 교회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멜리에하 아흐락의 무염시태 성모 마리아 예배당.현재의 예배당은 절벽이 무너지면서 원래 있던 건물을 대신해1961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건축가는 George J. Galea, 기술 설계는 Giuseppe Bartolo가 맡았다. 안에는 작은 제단과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 있고,밖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성모상도 있다.인적이 드문 곳인데도 초가 켜져 있고 조용히 기도할 수 있도록 열려 있었다.화려한 성당보다 오히려 이런 작은 교회가 더 마음에 남는다.아무것도 없는 듯한 언덕, 눈앞에 펼쳐진 바다,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
몰타 빌구 빅토리아 박물관 빌구, 성 로렌스 성당에서 만난 1530년몰타의 빌구(Birgu)에 있는 성 로렌스 성당은 성 요한 기사단이1530년 몰타에 도착한 뒤 처음 사용한 수도회 중심 성당이다.기사단이 새 수도 발레타로 옮겨간 1571년까지 이곳이 중심 역할을 했다. 성당 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사진 속 카를 5세의 1530년 문서다.NOS CAROLUS V로 시작하는 이 문서는 카를 5세가몰타·고조·트리폴리를 성 요한 기사단에 넘긴 공식 양도 문서다. 쉽게 말하면 로도스에서 쫓겨난성 요한 기사단에게 이제 몰타를 거처로 주겠다는 역사적 문서다.기사단은 그 대가로 봉건적 의무를 받아들였고,그중 유명한 것이 매년 매 한 마리를 바치는 조건이었다.훗날 이 이야기가 ‘몰타의 매(The Maltese Falcon)’와 연결된다...
실버의 가치 몰타의 집들을 다니다 보면 은촛대며 은수저, 액자와 장식품이 눈에 들어온다. 필리그리 목걸이처럼 몰타의 전통이 담긴 은제품도 흔하다.살 때는 예쁜 물건이다. 디자인과 세공, 장인의 시간과 몰타의 전통까지 가격에 들어간다.하지만 팔 때는 달라진다.은촛대도, 은수저도, 필리그리 목걸이도 결국 은의 순도와 몇 그램인가로 계산된다. 100유로를 주고 산 물건이 황당한 몇 유로로 내려앉기도 한다.살 때는 물건이고, 팔 때는 무게다.몰타에서 은제품을 오래 바라보다 보니, 그 반짝임 뒤에 있는 조금 냉정한 사실도 보인다. 물건에 추억과 의미를 담지만, 시장은 마지막에 무게만 남긴다.금과 비교하면 절대 팔 수 없는 헐값이므로 주의하기 바람. In Maltese homes, silver candlesticks, s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