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년은 가족보다 중요한 천황을 만나려고 황궁에 가는 일과부터 시작된다. 하루 5번의 만남을 가지는 천황은 약 10만 명의 인원으로 축소해 일반에 공개한다. 황궁 방탄유리 앞에 천황 부부, 양쪽에 두 아들 내외가 나와 손을 흔들고 올해 잘 보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5분간을 위하여 수많은 일본인은 몇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린다. 특히 손가방을 제외한 모든 가방은 검색대에 보관되고 탐지기로 몸수색이 끝난 사람만이 황궁 앞에 설 자격이 있다.
입구에서는 일장기를 나누어 주고 시간에 맞추어 천황이 등장하면 일제히 일장기를 흔들고 때로 천황 만세를 외친다. 일본은 신년을 황궁에서 다음 코스가 메이지 신궁으로 향한다. 메이지 신궁은 2백만 이상의 참배객이 참석하는 까닭에 보통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린다.
결국 신궁 앞에서 동전을 던지고 기원하며 부적을 사는 시간을 고작해야 10분이 채 안 걸린다. 얼마나 많은 동전이 던져지는가는 아무도 모를 정도이며 결국 넓은 망을 치고 거기에 동전을 던지게 하는데 이날 보통 참배객이 던진 동전은 수억 엔이라고 한다. 동전은 2톤 트럭으로 수십 대가 나른다. 3일까지 넘치는 동전으로 은행에서 직접 수금하기도 벅찬 금액이다.
이처럼 일본의 신년은 메이지 신궁, 이세 신궁을 비롯한 권위 있는 신궁뿐만 아니라 전국의 신궁과 사찰은 온통 사람들로 붐비는 날이다. 이들의 소원은 가내 안전, 학업 성취, 출산 등 다양한 제목으로 적게는 1천 엔에서 5천 엔까지 판매한다. 기하학적인 동전보다 카드도 받지 않는 부적들의 수익금은 상상이 안 되는 금액이 신년에 쏟아진다. 그러므로 경찰까지 동원된 인원은 어림잡아도 수천 명이다.
일본은 신년은 줄서기로 시작하여 줄서기로 끝난다. 그럼에도 아무도 불평도 없고 사고도 없이 조용히 끝나는 것을 보고 또한 놀랐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줄에 맞게 서고 순응하고 돌아가는 모습은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을 본다. 아무리 누가 가르쳐도 제대로 되지 않는 줄서기 문화, 그러나 잘 길든 일본인은 자신의 모습에 순종하고 순응하는 일개미를 연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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