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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mpse of the way

죽음의 고찰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의 책은 정보이기도 하지만 심한 딜레마로 다가오기도 한다. 출판사 사장님들이 일본에 오면서 자사의 신간을 선물로 가져오기도 하고 우편으로 보내기도 하지만 책꽂이에 꽂기도 민망한 쓰레기 덤불이 많다.

 

 

수많은 책, 오히려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 보다 더한 고독함을 느낀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한 번 더 눈여겨 읽지만, 역시 우울하다. 요즘은 영어나 일본어 책을 본격적으로 읽으므로 번역본은 잘 읽지 않는데다 가끔 원서와 비교하여 읽으면 한심 그 자체의 번역인지, 의역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엉터리 책들에 눈만 버린다.

 

 

3년간은 하이쿠에 미쳐서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사서 읽었고 선생을 찾아가서 사사도 받았다. 그리고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책은 나쁜 블로거들에게 도매금으로 비난과 욕설로 매도된 이후 에세이를 접게 되었다. 그런 일련의 일들과 관계없이 하이쿠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맥을 잡았으며 최소한 자유자재로 하이쿠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이의 하이쿠 번역이 아닌  스스로 하이쿠를 쓰게 되면서 배움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을 의식한 책, 인기에 영합한 책, 얄팍한 상술에 놀아난 책, 대필작가의 글로 토하나 다르지 않은 유명인사들의 책,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잘 미화된 책들에서 토악질하게 된다. 칭찬하라, 사랑하라, 출세하라, 성공하라, 소양이 부족한 저자가 글만 번지르르한 경우가 많은 어쩔 수 없는 이율배반적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후 전문적인 책으로 다시 무장하게 되었다. 누군가 쉽게 근접하여 오지랖을 부리거나 함부로 아는 척을 할 수 없으며  만날 수도 없는 최상의 부자 이야기만을 골랐다. 여기에는 성공담으로는 만족이 되었지만, 본질적, 근원적 딜레마가 다시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오히려 죽음에 대한 것이 더욱 궁금하고 중요한 요즘이다.

 

일본 교토에서 등굣길에 일어난 무면허 고등학생이 몬 교통사고로 3명이 즉사하고 18명이 부상한 사건이 1년이 지났다. 죽은 자들에 대한 영령을 달래는 의식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 자리, 그 시간의 죽음은 정해진 시간 아니었던가? 그 자리를 피하면 죽지 않을 운명이었던가? 

 

자살하는 사람, 병들어 죽는 사람,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은 운명과 관계없이 과학과 의학으로 달라질 것인가? 아니면 애당초 죽을 운명의 사람이었던가 말이다. 죽음에 대한 최소한, 기본적인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어려운 문제들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길을 걷다 치한에게 난도질을 당하여 즉사하기도 하고 낯 모르는 강도가 집에 들어와 죽임을 당하거나 박사학위 합격 소식을 듣고 논문집 받으려고 학교 가는 프리웨이에서 마주 오는 자동차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십 년의 공부와 죽음과 바꾼 경우, 한 푼도 먹지도 쓰지도 않고 돈을 모은 자린고비가 결국 암으로 그 돈을 쓰지도 못하고 죽은 예처럼 죽음을 과연 어떤 결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나? 그것이 내게 오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거나 방만할 수 있을까? 과연.

 

만약 죽음을 이해한다면 세상은 참으로 고요하고 안정될 것이다. 남과 다투는 일도 줄어질 것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주장을 할 일도 없을 것이며 미움과 시기라는 옹졸한 마음도 용서로 바뀌지 않을지. 죽음을 모르기에 시끄럽고 요란하고 죽음을 모르기에 각박하다는 말이다.

 

 

나 자신이 죽는데 무엇이 그리 안달나고 애걸복걸하겠는가?

사는 동안 남에게 야박하게 굴지 말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더라도 후회 없이 사랑하고 아낌없는 베풂으로써 자신의 성숙한 삶이라면 즉  죽음을 사추하지 않을지. 그렇게 미워하다, 그렇게 싸우다, 야박하게 굴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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