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 도구 중에 차완이라고 불리는 밥그릇처럼 생긴 물건이 있다. 잎이 있는 전차는 대체로 다구용 주전자를 거쳐 작은 잔에 마시지만 분말가루인 말차를 마시려면 모두 이 차완에 말차를 3분의 1쯤 넣고 대나무 솔로 여러 번 저어서 미지근한 상태에서 쓴 말차를 마시는데 다도 교실에는 각자 도기를 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차완을 가지고 빙 둘러 꿇어앉아 자신의 손수건으로 마신 부분을 닦고 다음 사람에게 준다. 일본인이 돌려가며 마신다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차 문화 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다. 조금은 불결하거나 기분이 개운하지 않은 말차 마시는 요령과 차완을 보게 되었다.
차의 문화라고 하면 이미 중국에서 딤섬과 차가 발견된 3세기부터라고 하니 차의 역사는 길다. 또한 8세기에는 청자, 백자 다도 용구도 발견되었다. 차를 마시는 도기가 일본은 헤이안 시대부터다. 한국의 10세기부터 13세기 청자처럼 고유의 색을 보유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차완은 무형 문화재들이 가마에 붙어 앉아 굽는 최고의 도기를 말한다. 한국의 신안의 유물이 발견된 당시 고가로 일본에 팔려간 것은 밥그릇 모양의 차완이었다.
일본은 헤이안 시대인 12세기부터 가마쿠라 시대 즉 13세기의 차완이 가장 발달하였으며 문양도 다양하다. 하지만 투박하고 자연에 가까운 차완을 아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만큼 자연의 색을 내는데 어렵다고 한다.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머슴 밥그릇처럼 큰 차완을 좋아하는 일본인.
차완을 볼 줄 아는 눈도 쉽지 않은데다 가격도 가격이다. 보통 투박하게 생긴 도기가 부르는 것이 값이며 도무지 가격 설정을 누가 하는지 상당히 고가다. 가스에 구운 자기라도 차완의 모양을 하면 무조건 몇 만엔 한다. 나무 상자에 작가의 이름이나 도기의 이름이 있는 경우 아무리 저렴하여도 수만 엔에서 수십만 엔을 거뜬히 한다. 특히 무형 문화재라고 하면 천정부지의 값은 뛴다. 일본 차완은 오래된 물건을 아예 가격도 비상식으로 비싸지만 내놓자마자 사는 사람이 많다.
일본 가정에도 비싼 차완 한두 개는 누구나가 보관한다. 국그릇 하기에는 크고 예전 머슴들의 미련한 그릇처럼 밥을 많이 올려 담는 상상이 되는 자기 모양인데 유약을 줄줄 흐르게 한 모양, 저절로 생긴 자연의 무늬 등이 비싸다고 그런가 생각하지만 알 수 없는 도자기 중의 도자기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값싼 니세모노 차완이 들어오면서 차츰 신비함이 떨어지고 눈을 버리게 하는 촌스런 칼라도 많고 때로 보석 같은 장식품도 붙여서 차완의 투박한 이미지를 불식하지만 일본인은 일본 고유의 차완을 굳건하게 신뢰하는 것은 물론 비싸도 척척 산다. 머슴 밥그릇 같은 것이 한화로 수백만 원은 고사하고 수천만 원도 있다고 하니.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